세계무역기구 WTO 사무총장에 입후보하였던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최종적으로 후보사퇴하기로 결심하였다고 합니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5일 오후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WTO 사무총장 후보에서 사퇴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유명희 본부장이 WTO 사무총장 후보 경선에 계속 있었던 이유는 경선에 붙겠다는 혹은 사무총장의 자리에 앉겠다는 의지가 강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세계 정치권의 기싸움에 말려들어서 그랬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유명희 본부장이 후보사퇴를 함으로서 새롭게 WTO 사무총장에 당선이 된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가 이미 선호도 조사에서 유명희 후보보다는 앞선 것이 사실이었지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 진영에서 유명희 본부장을 밀었고 미국에서 밀고 있는데 자의로 사퇴를 하는 것은 자칫 미국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 될 수 있기에 유명희 본부장으로서도 후보사퇴를 할 수 없는 입장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떠났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서 자리를 잡았기에 유명희 본부장으로서는 WTO 사무총장 후보자리에 계속 있을 필요가 없기에 후보사퇴를 선택한 것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유명희 본부장으로서는 후보로 계속 있는 것이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 WTO의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 되고 있으며 이미 상대 측에서도 사퇴할 가능성은 당연히 없기에 유명희 본부장이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에 미국과의 긴밀한 조율과 합의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있게 됨으로서 할 수 있게 되었고 유명희 본부장이 후보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WTO와 같은 국제기구의 장으로 선다는 것은 단순히 강대국의 힘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며 각 국가간의 혹은 각 대륙간의 미묘한 정치 논리 혹은 국가간의 논리로 인해서 결정이 되는 경우가 많기에 이번 유명희 본부장의 WTO 사무총장의 후보사퇴를 한 것이 그리 특별하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 자리에 있을 때에는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다른 모든 나라를 상대로 해서 자신들의 힘을 보여주는 것에 골몰한 나머지 자신들의 영향력을 오히려 축소시키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한다면 이제는 미국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그 자리에 있게 됨으로 인해서 더 이상 미국이라는 강대국의 힘으로 동맹국이 부담을 느낄 수 있는 그러한 국제 정치의 장이 많이 줄어들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보았을 때에 이번 WTO 사무총장 자리에 유명희 본부장이 최종적으로 후보사퇴를 함으로서 작년까지 있었던 미국과 중국의 대리 전쟁이라고 느껴졌던 WTO 사무총장 경선이 이제는 마무리가 되고 오히려 그렇게 함으로서 미국의 영향력이 더욱 강대해질 수 있다는 추측이 강해질 수밖에없다고 봅니다. 그만큼 지금의 미국은 작년까지의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는 많은 면에서 다르며 그래서 우리나라는 더욱 긴장해야만 합니다.